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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지하의 젊은이 수십명…다단계? 팹리스 인재들! (2022/10/17) 2022.10.17. 09:12
김가영 (tg****)  
 

카이스트, 13개 대학 교수 초빙해 4개월 집중 무상교육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롯데백화점 동탄점 지하 3층 강의실. 이곳은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가 지난 8월 4일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인력 양성을 위해 만든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 동탄 교육장이다.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 예정인 73명의 교육생이 매일 이곳에 등교해 4개월 과정의 팹리스 무상 교육을 받고 있다. 전국 대학 13곳에서 초빙된 교수들과 현업 전문가 24명이 강사진이다.

박인철 카이스트 IDEC 소장은 “‘팹리스 불모지’로 여겨지는 한국에서 빠르게 팹리스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장을 만들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매년 배출하는 칩 설계 가능한 석박사 졸업생이 152명(2020년 기준, IDEC 집계)인데, 이보다 많은 180명이 이곳에서 양성될 것”이라고 했다.

경쟁률 8대1, 출석률 95%


‘백화점 팹리스 교육장’은 뒤처진 한국의 팹리스 경쟁력을 속성으로 높이려는 방편이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 1위인 한국은 시스템 반도체의 핵심 영역인 팹리스에선 세계 점유율 1%에 불과하다. 모바일 칩 하나를 설계하는 데 수천명이 필요할 만큼 팹리스는 인재 집약적 사업이지만, 한국엔 팹리스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이스트 IDEC가 팹리스 전문 ‘마이크로 대학(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대학)’ 설립을 추진했고, 백화점으로부터 기부 채납받은 화성시가 지하 공간을 무상 대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운영비(올해 11억원)를 지원했다. 한국팹리스산업협회와 국내 팹리스 기업 37곳은 교육과정을 함께 사전 검토했다. 민(民)·관(官)·학(學)이 뜻을 뭉친 결과로 ‘백화점 팹리스 교육장’이 탄생할 수 있었다.

경기도 화성시 롯데백화점 동탄점 지하 3층의 카이스트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 동탄 교육장에서 지난 12일 오후 교육생들이 반도체 칩 설계 이론 수업을 듣고 있다.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 예정인 73명의 교육생은 지난 8월 4일부터 매일 이곳에 등교해 무상 팹리스 교육을 받고 있다. 

 

팹리스 교육에 대한 관심은 높다. 첫 교육생 40명 모집에 306명이 지원해 8대1 경쟁률을 기록하자 정원을 일시적으로 73명으로 늘렸다. 교육생 전공은 전자·전기·반도체(56명), 바이오(6명) 등 이공 계열이 대부분이고, 지방 소재 대학생도 40%(29명)나 된다. 두 달간 출석률은 95%에 달한다. 김태현(23) 동국대 반도체학과 4학년생은 “팹리스 기업들은 처우가 낮아 기피 직장이었지만 요즘에는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을 넘보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처우도 개선돼 취준생들의 관심이 크다”고 했다.

교육과정은 4개월 단기 코스지만 전자과 학부에서 4년간 배우는 팹리스 지식과 대학원 1년 차에 배우는 내용을 담았다. 회로 이론부터 LED 등 실제 제품에 들어가는 칩 설계 방법까지 배운다. 수업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고, 마지막 한 달은 실습이다. 강사인 정원석 이엠시스 대표는 “이곳에서 1~2주는 대학에서 한 학기와 같다”고 했다. 김승현(26) 인하대 기계공학과 졸업생은 “처음 배우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등하교하는 4시간 동안에도 공부를 쉴 수 없다”고 했다. 학생들의 열의에 감명받은 한 충북대 교수는 자발적으로 일주일에 두 번씩 찾아와 교육생 개별 상담을 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롯데백화점 동탄점 지하 3층의 카이스트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 동탄 교육장에서 지난 12일 오후 교육생들이 반도체 칩 설계 이론 수업을 듣고 있다.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 예정인 73명의 교육생은 지난 8월 4일부터 매일 이곳에 등교해 무상 팹리스 교육을 받고 있다.

 

팹리스 기업들은 리크루팅 경쟁


인재를 영입하려는 팹리스 회사들도 발이 닳도록 동탄 교육장을 찾고 있다. 팹리스 회사 37곳이 매일 2곳씩 돌아가며 강의실에서 기업 설명회를 열고 입사를 독려한다. 인재 선점을 위해 5000만원 넘는 고연봉을 제시하는 회사들도 나왔다. 이경옥 IDEC 주임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을 선호하는 교육생이 많겠지만, 동탄 교육장에서 배출하는 인재가 많은 만큼 자연스럽게 다양한 진로를 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팹리스 업계에서는 IDEC 동탄 교육장 모델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팹리스산업협회 관계자는 “팹리스 인재를 빨리 늘려야 하는 시점에서 이상적인 모델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카이스트는 앞으로 동탄 교육장에 다양한 배경과 전공을 가진 학생들에 특화된 팹리스 교육 과정을 추가 개설할 계획이다. 예컨대 자동차나 바이오 분야를 전공한 학생들을 위한 ‘자동차 팹리스 과정’ ‘바이오 팹리스 과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학생들이 팹리스 엔지니어가 되면 더 정교한 칩 설계가 가능하다”고 했다.

☞팹리스(fabless)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반도체 회사는 삼성전자처럼 설계에서 생산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종합 반도체 회사, 설계를 받아 위탁 생산만 하는 파운드리 회사, 팹리스 회사로 나뉜다. 반도체 설계가 가능한 국내 석·박사 졸업생은 매년 약 150명에 불과하다.

참조 :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722351?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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